언젠가는 마추피추를.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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위출혈,위궤양 경험기 내 일상

한 때 왕성한 소화력을 자랑하던 위장은 어디로 가고 이제 비실비실하다.

만성위염 10년차라 왠만한 위염은 그냥 철마다 걸리는 감기처럼 친숙한 존재였다.
위염이 도졌을 때 증세는 매스껍고, 음식물을 들어가면 아프고 하는 거라고, 이럴땐 위를 쉬게 해 주도록, 한 세끼정도 굶으면 증세가 완화되곤 했었다.

11월 9월 화요일이 이 위염 도진 증세가 나타났다.
그래서 항상 그래 왔듯, 세끼 굶어줬다.
그런데, 이 때 심한 몸살까지 같이 있던 터라, 세끼 굶으니 정신이 혼미해서 내과에서 거금 3만원을 내고 링겔주사를 맞았다.
링겔의 마법같은 효과는 한시간만에 나타나, 바로 쌩쌩해졌다. 배도 별로 안 아팠고,..

그래서, 그 다음날 정상적으로 밥을 다 먹었는데, 그게 잘못 내린 판단인 듯 했다.
11월 11일 목요일 이제까지의 위염과는 차원이 다른 고통이 찾아왔다.

역시 위를 쉬게 해 주기 위해 네끼를 굶어줬는데도, 고통은 사라지기는 커녕, 몸을 가누기조차 힘든 상태가 되었다.
배속에 밤송이가 들어있는 듯한 느낌.

프로젝트 막판이지만, 12일 금요일을 제끼고 병원을 갔다.

내시경 검사.

간호원: 일반으로 할까요? 수면으로 할까요?
나 : 남자라면 당근 일반이죠
간호원: 위를 쫘쫙 펴주는 조영제 드세요.
나 : (조영제) 꿀꺽
간호원 : 목마취제입니다. 4~5회 목 깊숙히 가글하세요.
나 : 가글가글가글
간호원 : 자 누워서, 마우스피스 무세요.
나 : (옆으로 눕는다)
의사 : (기다린 촉수를 가진 내시경 장비를 손에 쥔채) 식도부터 검사하며 들어갑니다.
오, 식도에 염증이 있네요. 일단 식도염.
자 이제 위로 넘어갑니다. 꿀꺽 삼키세요.
나 : (촉수를 꿀꺽 삼킨다)
의사 : 오, 위에 출혈이 자국이 많네요. 하나,둘,셋,넷,다섯. 다섯군데서 출혈이 있었네요.
꽤 많이 아팠겠네요.
나 : (눈 껌벅껌벅)
의사 : 내시경 받은 자세가 아주 좋아요. 내시경 받는 자세로는 베테랑급이네요.
나 : (뿌듯한 표정 지어 줌)
의사 : 위 밑부분에 궤양하나 있네요. 위궤양추가. 궤양은 잘 안 낫는데, 약 먹고 3개월후에 다시 내시경해야겠네요.
궤양조직 검사할께요.
( 내시경 촉수 속으로 이상하게 생긴 철사를 집어넣더니, 세포를 떼 냈다 )
자, 이제 십이지장으로 내려갑니다.
십이지장도 염증이 있네요.
자, 이제 내시경 검사 끝났습니다. 이제 뺍니다.

(진료실에서)
나 : 전 술담배도는 안하는데 왜 위궤양이 생겼을까요?
의사 : 잘못된 식습관과 스트레스 때문이죠.


약을 받아 들고 집으로 왔다.
회사에다가 아파서 주말출근도, 월요일 출근도 못하겠다고 했다.

11월 11일(목)부터 11월 14일(일)까지 한숨을 못잤다.
그놈의 뱃속의 밤송이 때문에 누울수도 앉을수도, 서 있을 수도 없고, 그냥 4일 내내 쪼그려 앉아 있었다.
위궤양이 이정도인데, 위암이면 이 것보다 100배, 1000배는 더 아프겠다는 생각이 드니, 절대 위암으로는 죽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더군.

월요일이 되니, 그나마 살 것 같아, 11월 16일 ~ 11월 19일까지 충북으로 출장가 프로젝트 마무리와 완료보고(서류상)하고 왔다.
그리고 이번주 일주일은 휴가처리.

아직도 아프긴 하다. 특히 매일 새벽 2시 위통으로 깰 때면, 아주 죽을 맛.

아직도, 억울하긴 하다.
술담배도 안하는데 위궤양이라니...
한가지 걸리긴 한 것은. 인스턴트 커피. 속이 쓰려도 커피를 하루 서너잔씩 마셨었는데, 이제 끊어야겠다.

아, 좋은 점도 있긴 하다. 일주일사이에 몸무게가 4kg 줄었다. ㅎㅎ


덧글

  • 뽀다아빠 네모 2010/11/24 09:13 # 답글

    그래도, 나아지고 있다니 다행입니다...

    전 위내시경하다가 의사에게 혼났는데요...ㅋㅋ
    검사하는 의사,손목을 비틀었으니(심하겐 아니고요)....히휴...^^
  • 언젠가는 2010/11/26 14:45 #

    내시경 검사가 좀 공포스럽긴하죠. 꼭 매트리스에서 나오는 촉수달리 기계가 몸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이니까요.. 그래도 여전히 적응은 안되네요. ㅎㅎ
  • 책쟁이 2010/11/24 12:05 # 삭제 답글

    내시경 검사 받는 자세가 모범적이라고.. 헐. - -;;
    술 담배도 안 하는데 속이 왜 그런데? 스트레스에 민감한 타입인가?
  • 언젠가는 2010/11/26 14:47 #

    삼키라는 지시에 한방에 꿀꺽 삼키고, 여기저기 위장을 누비도 다니는 동안, 미동도 않고, 고분하게 있었으니, 의사가 아주 편해하더군요. ㅎㅎ
  • alex 2010/11/25 09:37 # 삭제 답글

    오호. 이제 프로젝트 끝난거? 스트레스 풀어주는 3색볼펜 다시 시작하는건가?ㅎㅎ
  • 언젠가는 2010/11/26 14:47 #

    그럼 이제 3색볼펜 시작해야지. ㅎㅎ
  • 바람의눈 2010/11/26 00:40 # 삭제 답글

    에구 고생하셨네요.
    저도 전과 달리 커피 마시면 속이 쓰려요. 역시 위가 안좋아진 걸까요? ㅜ.ㅜ
    비싼 커피를 마시면 괜찮을런지... (커피 끊을 자신은 없어요...)
  • 언젠가는 2010/11/26 14:49 #

    속 쓰리면 위 안좋아진 거겠죠.
    저도 거의 카페인 중독이라서, 카페인이 일정량 안들어가면 제 정신으로 잘 돌아오더군요..
  • 심바 2010/11/26 08:47 # 삭제 답글

    위궤양/위염
    십이지장궤양/염 등은 절대 낮지 않는다. 특단의 조치가 있지 않은 이상...
    나도 21살부터 꼭 10년간을 십이지장궤양으로 고생했는데, 지금은 완치된 상태다.
    뭐 지금도 내시경하면 그날의 상처에 대한 흉터들이 십이지장쪽에 보이긴 하지만,

    그래서 어떻게 완치를 했느냐?
    그것은 대한민국에서는 완치가 힘들다.
    내가 캐나다 가서 맨날 햅버거에 중국음식에 월남음식만으로 한 4년 버텼는데,
    한 일년 지나니 뭐 흔적도 없이 완쾌가 되었다.

    요는 맵고 짠 한국음식을 계속해서 먹는 한 절대로 거의 분명하게 완치가 되지 않는다는
    것이다. 주기적으로 위통을 느끼고, 그럼 큐란을 먹고, 그럼 또 조금 조용하다가
    또 도지고.....그렇게 10년을 보냈었는데... 뭐 지금은 날아갈 것 같지....
  • 언젠가는 2010/11/26 14:51 #

    하긴 의사도 그런 비슷한 말을 하더군요.
    약으로 낫는 게 아니라, 식습관을 바꾸지 않고서는 낫지 않는다고 하더군요.

    햄버거, 중국음식, 베트남음식 저도 무지 좋아하는 것들인데...
    근데, 우리나라에서는 짜장면빼고는 다 비싸요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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